봄이 더 가까이 오기전에
김교정
오늘처럼 햇빛 들이치는 날엔
지나간 시절일랑 생각을 말자
바람 부는 어둔 기억의 숲에선
아픈 기억들이 홀씨처럼 떠가고
강물 위로 띄워 보낸 사랑의 종이배는
아직 바다에 이르지 않았다
바람 속에 들꽃들도
모두 제 몫의 그리움으로 흔들리고
앵두꽃 이파리 하나
허공에 떠 있는 동안 만큼의 짧은 만남은
오늘도 긴 강물로 그대 곁에 누워 흐른다
오늘처럼 햇빛 들이치는 날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일랑 기다리지 말자
가슴에 꼭꼭 숨겨둔 꽃눈 하나
저 부신 햇빛 속에 내어미는 일만으로도
우리의 봄은 너무 짧기만 하다
오늘처럼 햇빛 들이치는 날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푸른 바람 속에
다만 우리의 인연을 방생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