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을 걸어간다는 것

아시아에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대하다고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폭우와 홍수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니, 하나님이 지켜주시길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한 편 봤는데, 비 오는 날 진흙탕에서 두 젊은이가 싸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진흙에 발이 빠져서 자유롭지 못한 그 모습을 보면서, COVID-19 으로 인해 변화된 지금의 우리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여러가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제는 몸으로도 움직여 보고 싶은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계속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유롭지도 못하고 지쳐가고 있는 시기지만, 그래도 COVID19 의 진흙탕을 걸어가며 어떤 진리를 배우기 원합니다.

먼저 진흙탕에서는 빨리 걷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뛰는 것은 더 어렵겠죠.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쁘게 뛰며 살지 않았나 돌아봅니다. 물론 건전한 노동으로 매일의 식탁을 꾸리고 더 편하고 윤택한 내일을 기약해야 하지만, 너무
일에만 얽매여서 건강을 해칠 만큼 뛰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차피 뛸 수 없는 진흙탕이라면 차라리 조금 쉬어가는 것도 좋겠습니다. 우리의 몸과 맘을 추스르며 영적으로 하나님과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천천히 가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 진흙탕에서는 혼자 걷는 것이 다른 사람과 함께 걷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옆 사람과 함께 보조를 맞추면서 걸으면 발을 떼기도 수월하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나갈 수 있다고 서둘러 앞서 나가면 머지않아 곧 쓰러지게 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흙탕에선 앞 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훨씬 수월합니다. 또한 뒷사람을 위해 우리의 자국을 남겨놓아야 합니다. COVID-19 의 진흙탕에서 함께 살아나가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사도 바울이 자신이 그리스도를 본받은 것처럼 자신을 본받으라고 한 것 (고전 11:1)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는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어 가기를 소원합니다.

진흙탕에선 의지할 수 있는 지팡이가 있으면 좋습니다. 지팡이로 당장은 보이지 않는 안전한 길을 찾기도 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흙탕을 지나면서 어떤 지팡이에 의지하고 계십니까? 우리가 의지할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뿐입니다. 시편 기자가 기록한 것처럼,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편 119:105) 라고 고백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겠습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오고 토양이 질퍽해져도 영원한 진흙탕은 없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COVID-19 의 진흙탕도 전례가 없는 위기이지만, 영원히 지속되거나 무한히 반복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조금만 더 인내하며 긍휼하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하나님의 지팡이가 주님을 신뢰하시는 여러분 모두를 COVID-19 의 진흙탕에서 구원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칼빈신학교 총장인 줄리어스 메덴블리크의 글을 우리 문화에 맞춰서 각색했습니다.]

글: Peter Oh 산호세 새소망 개혁장로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