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마 하 데 자 에…

작년 9월 초 아버지를 뵈러 갔을 때 편한 옷차림으로 내내 누워 계셨던 아버지가 내가 온다고 옷을 갖쳐 입으시고 침대에 앉아 계셨다.

내가 아버지 곁에 다가섰을 때 아버진 내 두 손을 잡고 혜란아~ 하시며 눈물을 보이셨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눈물이었다.

5일을 지내다 상황이 심상치않아 집에 갔다가 다시 올 요량으로 “아버지 저 집에 갔다가 3일 후에 다시 올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 라고 말씀드렸더니 못내 서운 하신 듯 돌아 누우시면서 허공을 향해 앙상해진 손을 뻗어 바이 바이 하셨다.

그리고선 “ 어 마 하 데 자 애 “ 정확하지 않은 뭔가를 소리 내셨다.

서둘러 공항에 가느라 무슨 소린지도 생각지 않고 “금방 또 올께요 아버지~~” 하곤 집을 나섰다 비행기 첵크 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불현듯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한테 잘 해~”

임파선 암이 목 주변에 전이되어 마지막 즈음엔 말씀을 잘 하지 못하셨다. 그 말이 해석이 되자 내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울음이 참아지지 않자 속에서 꺽꺽 ~소리가 났다. 비행기 안에서도 눈물은 계속 울었다.

혹시나 다시 못 보게 되실까 유일하게 나에게만 남기신 아버지의 부탁이셨다.

다시 돌아와 아버지 곁에 머문 마지막 시간과 한 사람 삶과의 이별은 많은 것을 생각케 했고 나를 다르게 했다.

요즘 나는 하루 3번, 일이 있을 땐 5-8 번 까지 엄마랑 전화한다. 특별한 내용도 없다.

엄마 잘 잤어? 뭐 드셨어? 아픈데 있어?…거의 생사 확인 수준이다. ^^

엄마의 모든 업무를 집에서 원격해결하고 3주가 되면 얼굴 보여 드리려 비행기를 탄다.

예전에는 내가 옳다싶으면 잘도 쫑알대고 바른소리 해 됐다. 하지만 지금은 항상 엄마가 옳다.

얼마전에 자신의 회갑 때 엄니께 손수 미역국 밥상을 차려 드리고 엄니와 한 이불을 덮고 잤다는 남자를 보았다.

내 버킷리스트에 새롭게 추가했다. 내 환갑 나이가 되면 나도 내가 아닌 엄마께 미역국 차려 드려야 겠다고…

오늘도 전화 끝에 들려오는 엄마의 음성,

우리 딸 사랑해~

우리 딸 사랑해~

카드나 지면에서만 오가던 말들이 요즘엔 내 귓가에 들려온다

ㅋㅋㅋㅋ~

아버지 이 정도면 나 엄마에게 잘하고 있는 것 맞지요??

ㅋㅋㅋㅋ~

21You, Chong Lee, John Yang and 18 others15 Comments1 ShareLikeComment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