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인투자자 손실 3,500억달러

블룸버그는 반다 리서치의 조사를 인용해, 올해 글로벌 아마추어 개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가 평균적으로 약 30%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천문학적 금액인 약 3,5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NY 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가 올해 17% 가량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큰 폭의 손실이다.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장이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유독 컸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전기 자동차 회사 Tesla 등 이른바 고위험·성장주에 유독 많이 베팅을 했는데 올해 위험이 현실화하면서 대폭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세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연 압도적으로 가장 인기있고 매니아층도 있는 Tesla 주식은 올해에 들어서만 무려 54%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다 리서치의 기아코노 피에란토니 전략가는 모두에게 올해가 좋지 않은 한해였다고 분석하면서도 특히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한해였다고 단언했다.

Tesla와 Apple 등 핵심적인 대장 기술주 뿐 아니라 항상 인기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매우 크게 키웠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대기업으로 개인 투자자들에 인기 높은 엔비디아(NVDA)와 AMD의 주가도 올해 각 41%, 53% 하락하면서 사실상 주가가 반토막나고 말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던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재택근무 증가로 게임, PC, 가전 등의 수요가 이제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면서 빠르게 둔화됐고 그 여파로 반도체 관련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글로벌 침체 가능성 등으로 전체 반도체 업계가 Down Cycle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특정 지수의 성과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올해 고전을 면치 못해 이같은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상황도 대단히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S&P 500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 EFT인 SPDR S&P 500 ETF 트러스트(SPY), 기술주 대표지수인 Nasdaq 1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1(QQQ)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 역시 이들 Nasdaq 지수가 올해 들어 10여년 만에 최대 수치의 낙폭을 기록한 탓에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피해가지 못하고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다만 올해 초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빠르게 방어주로 갈아탄 상당한 감각을 지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괜찮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올초 주식 물갈이를 한 개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셰브론(CVX), 인페이즈 에너지(ENPH) 등 에너지 관련주와 애브비(ABBV) 등과 같은 제약주로 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 관련주와 제약주 등은 올해 NY 증시에서 약세장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선방한 종목들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재빠르게 갈아탄 개인 투자자들은 매우 소수였고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 경우에는 평균 30%의 손실을 입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손실을 본 가장 큰 이유는 악재가 게속 이어지는 속에서도 섣불리 갈아타기 보다는 보유 주식에 대한 믿음으로 ‘버티기’ 전략을 구사한 탓이다.

올해 주식시장은 이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1년 내내 하락장이 계속됐고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 JPMorgan Chase는 올 한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평균 38%라고 발표해 반다 리서치가 조사한 30% 보다 손실폭이 더 클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 대부분이 올해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교육 플랫폼 피니마이즈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개인 투자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2023년 주식시장을 전망했는데 내년에 보유 주식을 팔겠다고 응답한 개인 투자자는 단 1%에 불과했다. 피니마이즈 설문 결과, 응답자 중 1%만이 내년 주식을 팔 계획이라고 말했고, 절대 다수인 80%는 향후 6개월 안에 시장이 바닥을 칠 것으로 생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Morgan Chase CEO, 데이빗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등 월가 주요 투자 은행들과 큰손들이 내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고 기업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피니마이즈의 맥스 로파가 CEO는 현재 매우 불투명한 시장 환경에서도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투자 경험 증가 등에 힘입어 판단력이 커졌는데 지금의 시장 변동성을 경기 순환 주기의 일부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초기 주식시장 활황세 때만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은 게임스톱(GME)과 AMC 엔터테인먼트(AMC)과 같이 이른바 ‘밈 주식’에 대거 투자하는 등 주로 시장의 트렌드를 쫓아가는 투자 방식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맥스 로파가 피니마이즈 CEO는 상당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이제 밈 주식과 같은 일시적인 유행을 좇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보다 전통적인 투자 방식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번 조사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의 약 29%는 이번 하락장을 포트폴리오를 늘릴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2%는 상장지수펀드(ETF)나 뮤추얼펀드 등이 아닌 개별 주식을 매수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빅테크에 관심이 높았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무려 60% 넘게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한 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응답자 38%는 암호화폐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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