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소방차를 들이받아 운전자가 숨졌다. 수년 전부터 테슬라 차량이 정차 중인 소방차나 경찰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잇따라 미 교통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또 유사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테슬라는 왜 하필 멈춰 있는 긴급자동차들을 들이박는 것일까?
20일 캘리포니아 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를 낸 차량은 테슬라 모델S다. 이 차량은 680번 고속도로에서 정차 중인 소방차와 충돌해 운전자가 현장에서 숨지고 소방차에 있던 소방관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테슬라의 긴급 차량 충돌 사고는 201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16건 발생했다. 이 사고들로 최소 15명이 부상하고 1명이 사망했다.
NHTSA는 다수의 사고가 테슬라의 반자율 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 작동 상태에서 일어났다고 보고 2021년 8월부터 조사를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석 중 하나는 테슬라가 긴급자동차를 차량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자율 주행 전문가는 “소방차는 사다리 같은 구조물 때문에 차량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번쩍이는 불빛이나 조명 장치가 있는 경고 보드, 콘 같은 구조물 때문에 구급차나 경찰차도 차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테슬라가 ‘카메라로만 자율 주행을 구현하겠다’면서 2021년 5월부터 레이더 센서를 없애면서 정확한 거리·속도 측정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설계 결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속으로 달리던 테슬라가 전방 장애물이 있는데도 급제동을 하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갑자기 제동하면 뒷차와 추돌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NHTSA의 중간 발표에 따르면, 긴급차량 충돌 사고의 절반에선 비상 제동이 개입해 차량 속도를 줄였지만 절반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차주들이 오토파일럿을 과신해 고속도로에서 전방을 주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사고가 잦은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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