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곳곳에 흩어져 있어도 추석만큼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명절임은 분명합니다.
지난날.. 추석때만 되면 도시로 나간 자식들은 가족들의 옷이나 새로 나온 캐시미어 담요, 전기밥통 등을 들고 부모님을 찾아 마을로 들어서곤 했습니다. 특히 자가용이라도 타고 마을에 들어서면 누구네집 아들네, 딸네가 크게 성공했다는 입소문이 온동네에 퍼지곤 했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빈손으로 고향을 찾는 이들은 누가 볼세라 어두워져야 마을로 들어서곤했죠.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경우도 많았습니다. 고향을 찾지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울 경우 일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자신의 처지보다는 죄송한 마음에 눈물짓던 사람들도 많았죠.
부모님들은 바쁜데 올필요없다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낮부터 동구밖을 왔다갔다하거나 버스소리만 나면 밖을 봤구요. 그리고는 결국 모두 잠든 깊은 밤… 어머니는 누가 깰세라 조용히 마당으로 나와 달님을 보고 기도를 드립니다.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밥이나 제대로 먹는지 객지에서 아프지는 않은지…자리잘잡아 내년 추석에는 다른집 자식처럼 올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죠.
그 시절로부터 벌써 한 세대가 지났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성묘를 다니시던 선산에 누우셨고, 우리들의 손을 잡고 시골 부모님을 찾던 아버지 어머니는 이제 댁에서 당신의 자식인 나와 손주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갈 때마다 이제는 좀 더 자주 와야지 하면서도 고향 집 마당이나 부모님댁에 들어섰을 때뿐입니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송편에서 또다른 용기를 가져봅니다. 추석이 보름달임에도 우리의 송편은 반달모양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꽉 찬 둥근달은 하루면 소멸하지만 반달은 계속 채워지고 커져 온달이 된다는 희망과 기대때문에 일부러 송편을 반달모양으로 만들었다는군요.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가고 어느덧 가을입니다. 가을(秋) 저녁(夕)…반가운님들과 오랜만에 오손도손 정겹고 아름다운 명절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칼럼기고: 허 준혁 유엔피스코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