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자가 인터뷰를 하러왔다. 그는 지난 대선 전후과정에 걸쳐 내 예측이 모두 맞아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대선에서 과연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있을까에 관해 여러 말을 나누었다. 그런데 그가 불쑥 물었다. “한동훈 장관은 어때요?” 그 말에 나는 “하 하!”하고 웃으며 빠저나가려 했다.
그의 장관기용이 윤 대통령이 둔 ‘신의 한 수’라고 하며, 야당의 추궁을 능수능란하게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질문자를 하찮은 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솜씨에 매료된 사람이 많다. 나는 그가 문재인 정부하에서 채널A 기자 사건으로 억울한 곤욕을 치를 때 방송에 출연하여 그를 열렬하게 옹호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내 점수는 후하지 않다.
채근담에 ‘대인춘풍’(待人春風)이라는 말이 나온다. 남을 대할 때 화창한 봄바람처럼 대하는 사람이 진정한 대인(大人)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 장관의 전략은 ‘너희들은 과거 어쨌는데’에 머물러있다. 그리고 패배한 상대방의 분노를 지나치게 돋군다.
지금 우리 눈앞에 벌어지는 이 모든 극한적 대립이 문재인 정부의 지독한 갈라치기 정책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권의 적대세력은 너무나 강성한 힘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항변이 나온다. 그럼에도 상대 역시 국민의 반 지지를 얻고 있는 세력이니 그들에게 존중의 마음을 담아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한 장관과 쌍두마차를 이루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총경들을 향하여 ‘쿠데타에 준하는 사태’를 일으켰다고 큰 소리를 질렀다. 잘못된 그들의 행동에 몹시 화가 났을 것이나 지나친 감정적 언사다. 그 결과, 뱉은 말은 주워담지 못한 채 저쪽의 역공에 꼼짝 못하게 되었다.
한 장관과 이 장관의 말에 일시적으로 속이 시원한 느낌을 갖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경륜부족으로 쓸데없이 야기되는 긴장과 불필요한 소모는 차곡차곡 쌓인다. 정부 측의 부담으로 점점 큰 무게로 누르게 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들이 남을 꼭 이겨야 한다는 호승심(好勝心)이 넘쳐 흐르는 것이 아닐까 우려한다. 그렇게 상대를 대하며 사사건건 대립을 하면 결코 원만한 정국운영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설사 상대가 좀 못난 짓을 하더라도 때때로 춘풍을 머금은 말로 되돌려주는 정치인이 그립다.
아울러 내가 한 장관이 차기의 대통령감으로는 아직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또 있다. 그에게 미래를 조망하는 눈이 아직 어둡다는 사실이다. 한 가지만 말해보자. 법 중에 가장 상위의 법은 헌법이나 국민의 생활 기본을 규정하는 법은 민법이다. 우리 민법은 혼란이 극에 달했던 6.25전란 후 입법의 준비를 하여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로부터 무려 62년이 경과했다. 세상이 바뀌어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와 비교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은 엄청나게 변화했다. 하지만 우리는 헌 누더기를 기워서 쓰듯 그 법률에 약간씩의 개정작업을 하여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 물론 독일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새로운 세상에 맞게 전면개정작업을 일찌감치 하였다.
법무장관은 그냥 장관이 아니다. 나라의 장래를 담보할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을 확실히 해야 할 엄청난 책무를 진 장관이다. 유감스럽게도 한 장관은 시종일관 정쟁의 틀 안에 매몰되어있다. 가해지는 공격에는 대응을 하더라도 그가 솔선하여 우리의 미래로 향하는 문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혜안을 가진 연후에야 그가 진정한 국가지도자의 반열에 들어설 것이다.
답글: 정 혜란 US-KOREAN 편집장
호승심, 대인춘풍…
참 좋은 단어와 의미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이런 말들은 정치를 하지 않더라도 일상 크고 작은 인간관계 속에서 저희도 배워가야 하는 지혜인 것 같습니다 ~ 정말 정말 교수님의 글에 공감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윤정권 출범 한 지 채 석달이.. 한동훈장관 취임한지도 석달도 채 안된 시기에 연륜이 있니 없니… 차기 대통령감이니 아니니.. 너무나 성급한 언급인 듯 합니다
5년 후의 일을 가지고 미리 논쟁거리를 공식화 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소모전을 앞당겨 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 윤대통령께서도 대통령 되실지 본인조차 생각 해 본 일이 없었다 하셨습니다 ~^^
비공식 자리에서야 나눌 법한 이야기지만 사회 지도자들은 공식적인 공간이나 자리에선 언급하지 않고 진중하게 가슴에만 담고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
대정부 질문을 보면서 한동훈 장관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 많은 야당인들이 작정하고 1: 다수로 몰아세우는데 그 만큼 해박한 지식과 침착한 태도로 막힘 없이 대응해 내기도 쉽지 않다 생각들었습니다. 윤정권을 혼자 온 몸으로 막고 있는 듯 했습니다
(한가지.. 최강욱의원은 질문 할 때 왜 팔짱을 끼고 팔꿈치를 책상에 대고 한장관은 정자세로 앉아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의원이나 장관이나 국민 앞에 공직자이고 봉사자 입니다. 의원이 갑이 아니고 국민이 갑 이니 최강욱씨 국민 앞에 건방 뜨시면 아니되옵니다)
정권 위임 받은 지 몇달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그리고 검수완박 때문에 올 연말 까지 꼭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할 굴직한 범죄들이 있으니 여당도 급하고 이걸 막으려는 야당은 더 급하고.. 그러니 이런 긴장의 대립각이 야기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잘못된 전정권의 비리를 바로 잡으려니 올 해는 이런 대립각이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이런게 좀 안정이 되면 내년 부터는 점점 경험도 하고 연륜도 쌓아 가며 호승심을 버린, 대인춘풍을 할 수 있지않을까 합니다
검사 중심의 인사라 하는데 검사출신의 대통령이기에 그동안 지켜봐 왔던 비리와 해결책에 대한 책임감이 기인하지 않았나 하는 이해도 됩니다. 반드시 밝혀서 바로 잡아 놔야 하는 것들요..
경제의 어려움은 윤정권 탓이 아닌 국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 된 국제적 현상이고 국내적으로는 문정권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의 증여 입니다
물론 현 여권 지도자들의 잘못하고 있는 분쟁과 실수는 빨리 시정되어야 하고요~
밥물 끊을 시간을 줘야 밥을 차리지 않겠습니까..? 한국인들은 설익은 냄비밥을 좋아하시는지..
정치를 하는 사람도 호승심과 대인춘풍을 기억해야 하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저희들도 대인춘풍의 마음으로 해야된다 여겨 집니다. 교수님과 좋은 분들이 밥물 잘 끓이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사람의 소견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
답글: 정 혜란 US-KOREAN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