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족 사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병원약사회 자료를 인용해 지난 1분기 총 323종의 약물이 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1년 자료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다. WSJ에 따르면 약국 곳곳에서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약을 찾기 위해 여러 약국을 방문해야 하거나 주요 치료를 받기 위해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WSJ는 “많은 복제약 제조 업체는 인도와 같이 인건비가 더 저렴한 국가로 업무를 넘기거나 해외 생산을 맡겼다”며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면 부족 현상이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의약품 부족은 우리가 먹는 약의 재료가 되는 ‘원료 의약품’의 공급망 위기 때문이다. 원료 의약품은 완제 의약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다. 원료 의약품은 화학물질들을 조합만 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조가 쉽다. 따라서 현재 세계 원료 의약품의 60%를 값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재 국내 100대 복제약 중 83% 이상이 국내 공급처가 없는 원료 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다. 자주 처방되는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는 90%가 해외 원료 의약품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인도나 중국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는 등 공급망 문제가 불거졌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잇단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복제약이나 원료 의약품 사업 같은 경우는 해외 제약 기업에 맡겨 왔다”며 “코로나 이후 공급망 위기가 계속돼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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