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는 대체로 미국 공화당에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사실 나부터도 그렇다. 하지만 6.25때 군대를 보내 한국을 구했던 해리 트루먼은 민주당이었고, 휴전이라는 애매한 형태로 전쟁을 종결지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공화당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위대한 사회’건설이라는 뻘짓을 했던 민주당 대통령 린든 존슨은 월남전 파병 문제도 있고 해서 박정희 정권과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반공의 화신’이었고, 탁월한 국제전략가였던 공화당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주한미군 7사단을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철군시키고, 전격적으로 북경을 방문해 미중수교의 길을 열었으며, 월남(남베트남)을 버렸다.
근래의 사례를 들자면, 민주당 리버럴의 전형이었던 빌 클린턴은 북핵(北核)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 영변 폭격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는 강온양면전략을 두루 구사하기는 했지만 결국 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이 모든 결정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 때문에 내려진 것이었지, 한국에 대한 우의나 한국인에 대한 동정의 소산은 아니었다.
대개 한국 보수의 정서가 친(親)공화당, 반(反)민주당으로 고착화된 것은 민주당 출신 지미 카터와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집권을 거치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후 극단적 리버럴들이 미국 민주당을 접수하고, 레이건 혁명 이후 공화당이 미국 보수주의를 확고하게 대변하게 되면서 그런 정서는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를 지나치게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그들은 미국 대통령일 뿐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하이오의 톰 아무개나 캘리포니아의 제인 아무개이지 대한민국의 배 아무개, 김 아무개가 아니다.미국 대선 당선자로 인해 우리가 받게 된 영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비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그들 때문에 울고불고 하고, 서로 손가락질 할 필요는 없다.
등소평의 좌우명은 ‘처변불경 처변불경(處變不驚 處變不輕)’이었다고 한다. ‘상황이 변했다고 놀라거나 가볍게 굴지 않는다’는 의미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정식으로 수교했을 때, 장경국 대만총통이 한 말도 ‘처변불경(處變不驚)’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런 자세일 것이다.
글: 배 진영 <자유기고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